심효선

어둠을 더듬는 그림

Q1. 작가님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풀고 싶은 지점들이 있어요. 

계속 제 안에 떠다니다가 생각지도 못한 때에 툭툭 경계에 부딪혀 사이로 불쑥 삐져나오는데, 그러고 보니 침대 밑에서 뽀얀 먼지와 같이 얽혀 나오는 머리카락 뭉치 같아요. 

출발이 어디였을까 되짚어보면, 과거의 제가 만난 어떤 사람들에 대한 기억과 그들과 함께 공유했던 경험과 가치관이 아직까지도 먼지 뭉치처럼 남아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 제가 작업으로 풀고 싶은 지점들의 본질을 우회하고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나 개인이 사회 안에서 느끼는 간극 같은 두리뭉실한 말들로 제 안에서 부유하는 예민한 뭉치들을 회피해서일지도 모르겠어요.

이번 관악 아트위크의 작업은 소박하지만 진솔하게 시작한 작업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상황들이 엮여 자연히 드러나는 얄팍한 흔적이면서 삶을 대하는 자세에 관한 소박하고 아주 작은 서술의 일부분이에요.

 

Q2. 작업의 계기는 무엇인가요?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코로나로 아이들을 가정 보육하면서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것이 어려웠고, 조바심도 났어요. 

끼니를 신경 쓰고, 어린 아이들과 투닥투닥 뒹굴뒹굴 엎치락뒤치락, 다른 생각할 틈도 없이 하루를 보낸 후, 양옆에 하나씩 끼고 누워서야 슬그머니 어둠 속에서 눈을 뜹니다. 

천장을 훑으며 생각의 꼬리를 이어가다 뒤척이는 아이를 토닥이고 아이 뒷덜미에서 나는 시크름한 체취를 코 깊숙이 맡으면 가슴을 가득 채우는 충만함도 느껴요. 

매우 제약된 시간과 공간인 ‘아이들이 자는 밤에 아이의 옆자리 이불 위’가 저에게는 해방의 헤테로토피아였던 것 같아요.

 

Q3. 이번 작품의 주재료는 무엇인가요?

작업의 주재료는 어둠과 소리입니다. 

밤이라는 시공간과 흐릿하지만 분명하게 존재하는 소리들입니다. 

어둠 속에서 남편과 아이들의 숨소리, 코 고는 소리, 잠꼬대, 뒤척임과 함께 어둠을 더듬는 펜이 종이에 닿는 이질적인 소리가 더해져 그것들이 함축하는 의미를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드로잉은 그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평면에 남기는 것입니다.

‘실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은 스스로를 드러낸다. 그것이 신비로운 것이다.’ 비트켄슈타인의 말입니다. 

존재들이 존재함을 드러내는 방 안의 묘한 무게감을 느끼며 존재들의 흔적들을 오롯이 수집하고 조형할 수 있었습니다.

 

Q4. 작가님에게 팬데믹이란?

지구상 모든 인간에게 예외 없는 위협을 주는 코로나 상황은 저에게도 답답하고 특히 아이들에게 미안했어요.

밖에 나갈 수 없는 두 아이와 집에 있으면서 세상은 급변하는데 나는 멈춰있다는 위기감도 엄습했고요. 

무엇보다 2019년에 특정되지 않은 사람과 비물질 상태의 언어, 감정, 텍스트를 주고받고 그것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시작한 저에게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의 도래는 작업의 외형을 바꿀 것을 요구했어요. 

아마도 저는 여전히 팬데믹이라는 전환의 실체를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분명한 건 전환은 무언가의 끝이기도 하지만 시작이기도 하다는 거에요. 

해가 지고 밤이 되지만 또다시 해가 뜨는걸요.

 

Q5. 10년 후, 어떤 예술을 하고 있을까요?

저는 앞으로 깊이와 완결성을 가진 작가가 되어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풀고 싶은 내 안의 뭉치들이 그 자체로 주체가 되어 자연히 드러나는 예민한 감수성의 작업을 하고 싶고요.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하니 무엇보다 뜻을 놓지 않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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