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P를 말하다

글 : 김진혁

팬데믹으로 수능 시험을 12월에 치르게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시험마저 마스크를 끼고 봐야 하는 학생들은 정말 힘겨웠을 것이다.

심지어 확진자의 경우, 아픈 몸으로 완전히 격리된 채 시험을 봐야 했다.

올해 수험생들은 정말 누구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고, 충분한 위로와 격려의 대상이 될 만했다.

우리는 기꺼이 그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넨다.

"고생 많았어."

 

팬데믹은 누구에게나 어려움을 주었다.

학생이 학교에 갈 수 없게 한 것처럼, 자영업자에겐 손님이 올 수 없도록, 아이에겐 밖에 나가 놀 수 없도록, 노동자에겐 일터에 나갈 수 없도록, 예술가에겐 전시할 수 없도록 방해했다.

사실은 어느 하나 쉬운 장애물이 없다.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한 채 마스크를 쓰고 시험을 봐야 했던 학생이나,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가게 문을 닫지 못하는 자영업자나, 친구들과 밖에 나가 놀고 싶은 아이나, 반드시 일해야 하는 노동자나, 작품으로 세상과 소통해야 하는 예술가나.

모든 사람에게 팬데믹이 가져다준 고난은 가장 적절하게 잔인했다.

 

이번 2020년 관악 아트위크는 팬데믹이 가져온 이 고난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유난히 힘든 누군가의 팬데믹이 아닌, 우리 모두의 팬데믹을 말한다.

 

출발은 정면돌파이다.

관악구의 다섯 청년 작가들은 각각 기존 작업의 맥락에서 '팬데믹'을 주제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결과물은 팬데믹이 일상에 미친 가까운 영향력부터 사회와 환경문제까지 침투하는 확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팬데믹의 사전적 정의를 넘어 개별적 정의를 내릴 수 있음을 발견했고, 우리 전시 안의 팬데믹을 P라고 재명명했다.

 

중간에 전환점도 있다.

앞서 정의한 우리만의 팬데믹. 즉, P의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존재해온 지역 이야기를 다룬다.

P의 시대 이전에도, 이후에도 관심을 가질 만한 가치 있는 사람들과 사건은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봉천동의 점성촌 골목이 그러하고 삼성동 재개발 상황이 그러하고, 관악구의 혼자 사는 여자들이 그러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각자 자신만의 P를 정의해보고, P 이후의 시대에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기를 바란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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